오아시스, 지금의 학교_문승현(옐로우닷컴퍼니 대표)
오아시스, 지금의 학교
문승현 (옐로우닷컴퍼니 대표)
바야흐로 전환의 시대다. 이전과 이후가 이렇게 극적인 대비를 이루었던 적이 한 세기 안에 몇 번이나 있었던가. 나는 아직 작년 여름 여행지에서 보낸 추억을 동영상 자동 생성으로 플레이 중인데 말이다. 이것은 직접적으로 우리가 자원을 소비해 온 방식에 대한 결과처럼 보인다. 경제성장을 위한 도식은 더 많은 소비가 있어야 생산과 성장으로 이어지지만 무한정한 소비는 인간과 환경에 있어 엔트로피를 증가시킬 뿐이다. 뉴 노멀의 등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면 우리는 지금의 정신사적 상황을 예견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의 펜데믹을 보건 의료 상의 위기가 경제, 사회적 파장 효과를 낳고 있다고 보지만 실은 그 반대다. 부와 자원의 독점과 소비에서 비롯되는 지속 불가능한 경제는 성장을 멈추고 자원만을 고갈시켰으며 지구환경의 파괴와 오염을 초래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독점 자본주의와 산업화에 이바지한 교육이 있었다. 우리의 교육은 경제성장을 위한 산업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것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코딩과 알고리즘을 교육과목에 추가했을 뿐이다. 인간 인지 능력과 사고의 빠른 변화에도 교육체계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도 무언가를 분리해서 사고하는 습관이 있다. 무언가 복잡한 사고를 수행해야 할 때 문제의 일부분을 따로 떼어내서 해결하고 다시 연결하는 방식이다. 문제를 분석하고 해석하고 종합하는 과정, 과학적 합리주의가 사회과학의 영역에서 인간의 사고체계를 일정부분 규정해 온 것은 더 큰 집단적 사고체계에 개인을 종속 시키고 노동하는 인간의 표상을 우선시 하기위한 전략이었다.
이제 이 전략은 더 이상 통용되기 힘들어졌다. 학교교육은 이미 분업화되어 해체되어 가고 있다. 그것이 필요한 이들은 정치적 영향력이 필요한 이들 뿐이며 교육의 산업화를 요구하는 이들도 공교육의 빠른 해체를 원한다.
교육은 다른 패러다임에 접어들었다. 교육과목을 확대하고 학제를 개편하고 수업 방식을 개선하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문제는 교육이 배우고 가르치는 관계를 벗어난 새로운 의미에서 공유하는 권리이자 의무라는 인식이다.
남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교육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세계를 한계에 부딪치게 했다. 한정된 재화를 독점하기 위해서 교육에 수반되는 모든 권리까지 독점해야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런 상황은 공유하는 권리를 거부하며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현상에서 드러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도시는 공유된 토지의 기반 위에 세워져야 한다. 학교와 교육도 공유된 도시의 기반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토지는 유한한 자원이고 생산의 기초이며 주거와 삶의 터전이다. 모든 생명의 존립 근거인 지구 표면의 일부분을 소유하겠다는 욕망은 우리가 맹신하는 과학의 시대에 하릴 없이 가벼운 미신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 그리고 코로나19 펜데믹 이후에 일어날 현상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증거다. 그것은 독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특정한 장소, 계층, 체계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모두 같은 선상에서 논의 되는 참여자 들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까지 특정한 역사적 맥락이 있는 장소를 경험하며 그곳의 계층에 속하며 그곳의 교육체계를 따라 교육의 인증 절차를 거쳐 제도적 지원체계에 속하며 직업을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이, 국가가, 지식과 자원을 독점하고 있을 경우의 교육이다. 이제는 누구도 지식과 자원을 독점하지 않는다. 지식의 위계는 일어나지 않으며 자원은 창의성이다.
학교는 지식의 공유에서 비롯되는 창의성을 어떤 형태의 개성 있는 연합체로 구성 할지 고민하는 장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굳이 학교라고 부르지 않을 수도 있다. 물리적 실체가 중요하지 않은 창의성의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유의 공간일 것이다.
오아시스! 그것은 고립되어 있으나 또한 열려있다. 마른 사막을 지나는 목마른 누구라도 고갈된 창의성을 달게 목축일 수 있다.

Moon Seung hyun
문승현은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1999년 회화작가로 입문했다. 2000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10회에 걸쳐 개인전을 열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 오다 잠실창작스튜디오, 선사랑드로잉회, 뇌성마비작가회 날 등 장애예술 단체에서 활동하며 장애예술 기획자로도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옐로우 닷 컴퍼니라는 단체명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