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창조적 에너지와 경청의 힘
최윤정(명주예술문화교육연구소)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어 나갈 때 그 시작은 만남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으로 이해의 폭을 넓혀갑니다. 장애 아동과 청소년이 예술가와 만나 창작하는 일 또한 만남에서부터 시작됩니다.
3년 동안 장애 창작자의 멘토로 참여한 경험을 떠올려보면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의 한계는 매 시간 만남에서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 이었습니다. 하지만, 창작자와 예술가 사이에 오고 가는 표정과 제스처를 포함한 모든 감각의 표현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새로운 소통의 언어를 만들어냈으며 대안이 되었습니다.
창작의 시간은 참가자들이 예술에 관심이 있고 없고를 구분하지 않고 새로운 감각의 경험 즉, 예술창작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감각의 언어를 경험하는 기회로 출발합니다.
이러한 기회는 언어가 잘 통하지 않더라도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서로 가깝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에 의미가 더 깊습니다.
창작을 기반으로 소통하는 언어는 정보 전달이나 교육, 결과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므로 일방적이지 않으며 개방성과 창작자와의 공감을 우선에 둔 열린 감각의 의사소통이 필요합니다.
창작자들이 외부로 드러내는 감각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파악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창작의 내용이 가치 있게 확장되도록 안내해야 하는 것이 제가 맡았던 멘토 예술가의 역할이라 생각됩니다.
창작에 있어서 열린 감각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 예술가는 창작자의 창작 표현에 대한 자율성을 확보하여 그들이 자신의 표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를 잘 파악하고 들어주는 자세가 우선시되어야 했습니다.
예술가 개인의 학습된 예술관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의사소통의 방식을 알아차리는 관찰과 지지를 통한 세심한 감정의 소통을 말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에 있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가짐과 행동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과 닮아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우선시될 때 창작자는 창작의 시간을 더 안전하고 편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느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좀 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나아가 창작자들은 효과적인 소통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와 표현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창작자는 예술가와의 만남을 통해 창조적인 경청의 힘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창작자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과 행동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창작자의 다양한 언어에 귀 기울였을 때 그들의 표현을 귀담아들었을 때 그 안내에 더 귀 기울여 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창작의 결과물 안에는 예술가와 창작자 간의 공감과 소통의 시간이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예술은 우리의 내면적인 것을 외부로 꺼내놓는 매체이며 내재된 것을 드러내고 소통하기 좋은 매체입니다. 예술가의 직관과 예민한 감각, 그들이 탐구한 표현과 창작의 경험이 창작자 개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표현해내는 것을 돕는 큰 장점으로 작용됩니다.
예술 창작을 통한 경험은 하얀 도화지를 채우는 일처럼 창작가와 예술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제공되어야합니다. 결과물을 통해 우리는 다양하게 창작된 표현과 마주하며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가치 있음을 느낍니다.

성신여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8년부터 고향인 강릉에서 창작을 이어가고 있으며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문화예술 교육 활동을 한다.
2020년 강릉문화재단 제 11회 박준용청년예술문화상을 수상했다. 평면회화 작품을 통해 내면의 색과 빛을 담아내고 있으며 14번의 개인전(박수근미술관, 관훈갤러리, 반디 앤 루니스, 아라아트센터, 이랜드 문화재단, 문화일보 갤러리 등)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 박수근미술관, 캔파운데이션, 이랜드 문화재단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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