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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하는 오아시스♥
Our.Artspace/Our.Boss

내가 하는 일

by Our Art Space 2020. 4. 26.

 

구입해 놓은 캔버스도 다 소진시키고 코로나로 조심스러운 상황 가운데에도 두 달간 우린 참 잘 지내왔다. 가끔 위례에서 오아시스까지 먼 거리를 오가는 것이 마음 쓰이는 일이기도 하지만 도영 씨가 지하철 타는 것을 좋아하고 이곳을 즐겁게 다녀주니 참 다행이다.

 

얼마전 그림을 그리다 “선생님 팔 있고 다리 있고”를 반복해 말하며 도영 씨는 내 팔과 다리가 몸에 잘 붙어있는 것과 뒷모습까지 직접 손으로 만지며 확인했다.

 

이튿날엔 인터넷에서 찾은 팔 다리 없는 사람의 사진을 내게 보이며 눈물을 글썽이다 뚝뚝 떨어뜨린다. 아끼는 주먹왕랄프에 등장하는 칼훈병장 피규어와 비교하며 같은 자세를 취해보이기도 하고..우는 모습에 나는 조금 놀라 얼른 그가 좋아하는 지하철노선도로^^? 관심을 유도해 압구정로데오를 걷는 칼훈병장 화면을 연출했다.

 

 

난 이내 도영 씨가 팔과 다리가 없이 태어난 사람의 사진을 보고 무섭거나 혹은 슬펐던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고 싶었던 것을 알았다, 그리고 팔 다리가 있어 건강하니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말해주니 좋아한다.

오늘은 영상을 촬영하더니 “서초1동에서 주먹왕랄프의 BGM one direction 음악을 들으면서 칼훈병장을 찍었어요”라는 말을 완벽하게 이해한 나에게 엄지를 척 들어 보이며 좋아하기도 했다. 자기 생각을 잘 이해해 준 게 좋았던 모양이다. 나도 이렇게 자신의 세계에 초대해 생각을 하나 둘 공유해 주니 도영 씨에게 한없이 고마울 뿐이다.

발달장애, 자폐성 장애는 표현과 소통의 어려움은 있을지라도 이유없이 울고 웃고 하는 것은 아니며 분명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는 것 그리고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그 생각을 알 수 있음을 나누고 싶다.

 

내게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오래전 어릴적 사고로 팔 한쪽을 잃은 작가님께서 강사로 오셔서 수업하는 데 그날 참석한 어린이가 선생님을 보고 무섭다며 울어버리자 엄마는 괜찮다고 엉엉 우는 아이를 달랬고 나는 그 상황을 직면한 작가님께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을 때 오히려 “괜찮아요, 우리 조카도 처음엔 저를 보고 무서워 했어요”하며 나를 안심시켰다.

생각해보면 영화에 출연하는 무서운 악당들이 장애인으로 그려지는 것(알기 쉽게 대표적인 후크선장)말고는 대중매체에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장애인을 자연스럽게 접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그만큼 알게 모르게 정상이라 여겨지는 범주의 익숙한 이미지들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을 것이며 그 범주를 조금이라도 벗어났을 때 낯선 것(감정)을 감지하고 표현하게 되는 것 같다.

많이 변화되는 중이고 또 발전을 거듭했지만 장애가 낯설고 불편하지 않게 여겨질 때까지, 때론 자신의 세계에 초대하지 않아도 먼저 노크할 줄 아는 우리가 된다면 어떨까?

그렇게 낯선 환경에 우리를 던져두는 노력을 서로가 한다면 세상은 조금 더 달라질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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