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엔 떡집에 들러 전날 미리 주문해 놓은 따뜻한 호박설떡을 찾아 명함과 함께 이웃 사무실에 전달했다. 잠시 후 각티슈와 물티슈, 종이컵을 잔뜩 들고 여직원 두 분과 함께 인사하러 오신 이웃 회사 왕부사장님 ㅋ 인테리어랄 것도 없지만 칸막이 공사 하는 동안 먼지와 소음으로부터 가장 피로를 느꼈을 분들 일텐데 환하게 웃으며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 주시고 직원들과 인사 나누도록 해주시니 감사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건 참 잘 한 일이지 싶다.
나는 오랜 시간을 장애예술 분야에 종사했지만 정작 그 영역을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가 없었다. 핑계처럼 들릴 수 있으나 워낙 바쁘기도 했고 깊이 들어가면 피로도가 느껴지니 언제부턴가 대상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수박을 씹어 먹기도 전에 씨를 발라 내기 바빠 제 맛을 못본 채) 짐작하고 빠르게 판단하는 좋지 못한 습관이 생겨난 것 같다. 때문에 가까이 있는 것도 잘 보지 못하는데 멀리 있는 것은 더욱 볼 기회가 없어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듯했다.
장애인 당사자가 아닌 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의 예술이 갖는 힘을 발견하고 잘 읽어주는 것,
이에 조심스럽고 곤한 일이 될지라도 섬세한 접근을 하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듯하다.
늘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경로를 달리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 이러한 변화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을 주리라 또 그것이 퇴사를 결심하게 된 여러 이유들 중 하나이다.
접수 마감일시에 겨우 맞춰 부끄러운 지원서를 처음으로 접수하고, 아뿔싸! 꼭 버스가 떠난 후에 물밀듯 밀려오는 후폭풍..
오늘 나의 부족함을 여실히 깨닫고 한동안 이런 내 모습과 마주하며 또 자책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 같다
자,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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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5일, 마감시간에 맞춰 겨우 지원서를 접수하고 부끄러운 생각에 기록한 일기다.
그리고 한 해를 어떻게 보낼지 가닥을 잡게된 것은, 12월부터 1월 두 달은 계속 기획회의만 하며 준비해야겠다 생각했다. 일단 지원금 받고보자며 하루만에 닥쳐서 겨우 접수하는 그런 방법보다는 진정성 있게 , 정성을 다해야 부끄럽지 않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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