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였는지 한동안 이것과도 거리두기를 하고싶었던 것 같은데 나는 여전히 그 언저리에 있다. in put 없이 쉬지 않고 무언가를 생산해야 하는 한계에 다다랐던 듯한 내가 10년 전 이 책을 보았더라면 조금 더 나은 매니저로 일할 수 있었을까, 퇴사 후에도 나는 여전히 책임감이라는 어떤 보따리를 들고있는 듯하다.
‘(p.278)누군가에게 기회를 주고 잠재된 가능성을 연대와 창의성으로 이끌어내 새로운 삶을 창안하며 그 일을 기적처럼 실현해가는 삶’을 살기를 소망하며 ..
(이미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지만) 함께 할 수 있는 가능한 일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일에 지속적으로 동참하는 것 만이 지난 시간에 대한 나의 부족함을 만회할 방법이라 생각하며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제목만 보면 내용을 가늠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전 직장에서 업무차 뵙게된 김원영 변호사님이지만 휠체어 탄 것은 알았어도 성장배경은 어떠한지, 배경을 알지 못했는데, 목차부터 시작해 읽어나가며 과거부터 현재의 김원영이 되기까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어릴적에 엄마 따라 시장에 가면 항상 볼 수 있었던 .. 위에서 언급한 모습..
떠올려보니 내 시야에 처음 들어온 장애인은 저와 같은 모습이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 할아버지의 행위가 진심어린 위로였을지 모르지만, 정말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대머리에게 곧 머리가 날 것이니 좌절하지 말고 열심히 머리를 감아보란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들의 저자인 신순규 자서전을 보고 많이 울었고, 또 마음으로 많이 웃었는데
최초의 시각장애인 법관, 장애인 인권활동가, 변호사가 된 분들의 사례를 책을 통해 더 많이 만나게 돼 흐뭇했다. 부단히 노력하며 전투적으로 살아온 저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예술지원사업 평가위원으로 회의에 갔을 때 몇몇의 전문가는 발달장애 청소년의 오케스트라를 실력으로 평가하자니 너무 난감하다는 발언을 하기에, 나도 몰래 불끈 화가 치밀어 올라 대꾸하는 발언에 성미가 드러난 적이 있는데 그때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데리고 악기 하나 연주하며 살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한 부모님의 노력과 희생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과연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광속처럼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보이고 들리는 것만 생각하면 그렇게 평가할 수 있을 테지만
그 과정도 한 번 함께 생각해 주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너무 앞선 것.
부드러운 설득을 하지 못했던 내가 부끄러웠던 기억이 선명하다.

변호사님의 근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나는 대부분의 면에서 빠른 편인데, 전 직장에서 대체로 느린 분들을 응대하며 혼자 있을 땐 빠르게 생각하고 움직여 일해야 했고,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땐 말과 행동을 최대한 느리고 분명하게 했어야 했다.

좋고 싫고를 생각할 겨를이 없이 이 분야의 일을 배워왔던 것 같다. 나름 즐거웠던 순간들도 많았고

..
기업의 사회공헌팀과 협력해 사업을 해보면,
사실 돈을 주는 기업은 수혜자의 입장을 크게 고려하지는 않는다.
돈이 되었든 서비스가 되었든 수혜자의 입장에서 도움과 지원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충분히 고려하는 사람들은 찾기 어렵지만, 그 도움과 지원 마저도 간절했기에 관리자로서 싫은 소리는 하지 않았던 거다.

지금이야 어떻든) 김변호사님은 교회를 가까이 하지 않는 분 같았다.
이것 또한 나의 일방적인 오해에 불과한 것들. 한편 어린시절에 교회에 대한 경험이 있다는 것과 교회에서 연극을 접할 수 있었던 사실은 크리스찬인 나로서 반가운 소식이었다 ^^;

책을 읽어가며 명륜이란 분은 지금 어떤 분이 되어있을까 내심 기대하고 읽었는데,
이 대목을 보고 크게 상심했다.ㅠㅠ

그리고 이 글은 더.. 가슴이 아팠다.

한겨울인데도 땀이 흐르는 .. 분들을 많이 알기에, 충분히 공감이 되는 대목..

서울대학교 학생이 아니었어서 알지 못하지만 서울대생은 그렇구나 ^^;
그치만 내 주변을 둘러싼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 힘을 다해 살던 모습을 익히 보았기에 낯설지는 않았다.

2009년도 즈음에는 .. 정말 이러했다.
장애인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늘 연출의 요소로 등장해야 했던 때,

예술인으로 지원하고자 선정된 분들의 기획행사에 대한 홍보글에 늘 장애유형과 나이, 활동장르를 팩트체트를 위한 용도로 필수로 표기해야 했던 보도자료가 떠오른다. 홍보팀의 지시에 따르느라, (장애 유형, 장애등급이 노출되는 것 둘다 민감한 사안이라) 작가님들의 마음을 불편하도록 손을 쓸 수 없는 나의 처지도 이만저만 곤란한 게 아니었다.


2001년의 장애인 이동권 운동이나, 2006년의 활동보조인 제도가 불과 얼마되지 않았으니
2000년대 이전, 당연하게 누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삶이었을테니 생각만해도 답답하다.


장애의 사회적 모델, 장애를 사회적 모델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
지난해 활동지원사 교육을 받을 때, 활동지원사와 요양보호사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공부했던 게 생각난다. 활동지원사는 장애인 스스로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가 술집에 가고싶을 때 술집에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활동지원사인 만큼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한다는 것의 의미가 큰 것이다.





장애는 나와는 무관한 것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장애가 없었지만 연로하시게 된 후 뇌병변 2급 판정을 받았다. 판단이 느려지고, 모든 말과 행동이 흐릿한 증상 외에는 그냥 일반적인 노인의 모습이었다. 난 그가 장애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할머니 덕분에 처음 복지카드를 만져봤고, 우리 식구는 도시가스와 전기료 할인을 받았었다.

별표를 마구 그려넣고 싶은 대목..


재치있는 ..^^
나도 가끔 써먹는 방법 중 하나였는데,
부모님이 투덜대며 서로 다툴 때, 혼자 살기도 각박한 세상 이렇게 결혼생활이 피곤한데 무슨 결혼을 해야하냐며 비난섞인 말들을 하곤 했었지 ㅎㅎ 결혼하지 않을거라며....

분노를 좋아한다 , 거룩한 분노는 필요하다
BTS를 키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도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나와 방탄소년단을 만든 건 부조리에 대한 분노”라고 말했을 때 나는 옳거니! 했다. 장애인 작가 레지던시에 대한 부당한 처우들을 보고 가장 분노하며 일했던 나였기에 ..그리고 그러한 분노들은 적어도 일정한 발전의 결과를 낳는다는 것도 시간이 흐른 후에 알 수 있었다


읽어보고싶은 도서 목록, 참고도서들

평소 알던 김원영(변호사님)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는 책 ,
또한 나의 생각과 경험을 떠올려 본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을 읽는다면 , 삶 가운데 자신의 포지션이 다시 조명되는 것을 느끼고 시야가 확장될 것이라 의심치 않으니,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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